최근 여러 컨설팅사와 리서치 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있다. 같은 산업, 비슷한 규모의 기업인데도 AI를 활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차이가 몇 배씩 벌어진다는 점이다. '8배'라는 수치 자체는 조사 기관이나 시점에 따라 다르게 인용될 수 있어 정확한 출처를 밝히기는 조심스럽지만, 이런 큰 격차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방향성만큼은 업계에서 널리 공유되는 인식으로 알려져 있다.
도입과 활용은 다른 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도입'과 '활용'을 구분하는 일이다. 챗봇이나 생성형 AI 툴을 사내에 깔아두는 것과, 그것을 업무 프로세스에 녹여내 실제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많은 기업이 AI 도구를 구매하거나 시범 도입하는 단계까지는 비슷하게 도달한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 즉 조직 전체가 AI를 일상 업무에 자연스럽게 녹여 쓰는 단계로 넘어가는 기업은 소수에 그치는 것으로 보인다. 격차는 바로 이 지점에서 벌어진다.
이유를 몇 가지로 짚어볼 수 있다. 첫째는 데이터 인프라의 차이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정제된 데이터와 이를 다룰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오랫동안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온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둘째는 조직 문화다. 새로운 도구를 실험하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분위기가 있는 조직과,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경직된 조직은 AI 활용 속도에서부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셋째는 인력의 문제다. AI를 다룰 줄 아는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능력, 그리고 기존 직원들을 재교육하는 투자 여력이 기업마다 크게 다르다.
격차가 의미하는 것
이 격차가 단순히 '누가 더 앞서가느냐'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AI 활용도가 높은 기업은 의사결정 속도, 비용 구조, 고객 대응력에서 누적적인 우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뒤처진 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를 따라잡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술 격차가 한 번 벌어지면 복리처럼 커진다는 점에서, 이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 문제를 넘어 산업 전체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이런 격차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AI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지금 뒤처져 있다고 해서 영구적으로 격차가 고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 격차가 벌어졌는지, 왜 벌어졌는지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먼저다. 무작정 AI 도구를 늘리기보다, 우리 조직에 맞는 데이터 기반과 업무 프로세스부터 점검하는 것이 격차를 줄이는 현실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격차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AI는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어떻게 조직 안에 녹여내느냐가 진짜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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